법무자료실
[판결] 지입회사 대표, '지입車 담보' 대출 받으면 '배임죄'
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 해당
대법원, 무죄 선고 원심 파기
박수연 sypark@lawtimes.co.kr
지입회사 대표가 지입계약을 체결한 차주의 동의 없이 지입차량을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해 대출 받은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입회사 대표가 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14365).
운송회사 대표이사인 A씨는 버스 차주들과 매달 20여만원의 지입료를 받고 지입차량을 관리하는 지입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2015년 1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지입차주의 동의 없이 지입차량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아 차주들에게 총 1억8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지입회사가 지입차주의 재산상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A씨는 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주들이 전액 부담해 버스를 매수한 뒤 A씨 회사에 버스를 지입하며 지입료를 지급하기로 구두약정했고, A씨가 버스를 자신의 운송회사 명의로 등록했으며, 차주들이 지입료를 매달 지급하고, A씨도 운송회사 명의로 버스 등록을 유지하면서 과태료나 세금 등이 부과되면 통보한 뒤 차주들에게 돈을 받아 대신 납부하는 한편 차주들이 독자적으로 버스를 운행·관리한 점 등을 볼 때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차주들은 자신이 소유한 버스에 대해 지입계약을 체결한 것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차주들의 재산인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의무가 있으므로 이들의 동의 없이 차량에 대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씨와 차주들이 지입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는 차주들과 신임관계에 기해 차주들의 재산인 지입차량에 대한 권리를 보호 또는 관리할 의무가 있다"면서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지입계약을 체결하면 차량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기 때문에 지입회사 대표가 차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처분행위를 했더라도 곧바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입회사가 지입계약 체결 시 지입차량의 소유권을 차주에게 유보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했거나 지입차량의 매매나 근저당권설정 등 기타 처분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지입회사 대표가 지입차량을 매매하거나 근저당권 설정 등 기타 처분행위를 했다면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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