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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에 인감도장 등 넘겨주며 공정증서 촉탁 맡겼다면
대리권범위 내 복대리권도 준 것으로 봐야
서울고법 원심 파기
대리인에게 인감도장 등을 건네며 공정증서 촉탁을 맡겼다면,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복대리권까지 준 것으로 봐야 하므로 복대리인이 작성한 공정증서도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조인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석모(49)씨가 최모(69)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 항소심(2013나265)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석씨가 최씨에게 35억원을 빌리면서 약속어음을 설정해 주고 어음에 대한 공정증서를 받기 위해 직원에게 자신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주며 대리하도록 했다"며 "약속어음에 대한 공증을 석씨의 직원이 아닌 채권자 최씨가 받았더라도, 석씨의 직원이 대리권을 최씨에게 넘겼으므로 그 공정증서는 유효하고 이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도 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은 석씨의 직원에게 공정증서 촉탁 권한을 재위임할 권한까지는 없다고 판단했지만, 석씨는 자신의 채무에 관해 책임을 부담할 의사로 직원에게 공증 촉탁에 관한 일체의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는 제3자에게 복대리권을 부여하는 복임권까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석씨는 2010년 6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최씨로부터 35억원을 빌리면서 약속어음을 발행해주고 돈을 갚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공증을 받기로 했다. 업무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던 석씨는 회사 직원에게 자신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넘기며 돈을 받아오게 했고 직원은 채권자 채씨에게 위임장과 석씨의 인감증명서 등을 넘기며 공증증서 촉탁을 맡겼다. 석씨는 돈을 빌리고 5개월 간 이자를 꼬박 내오다가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돈을 제때 갚지 못했고 최씨는 미리 받아둔 주민등록증 사본 등으로 약속어음 공정증서 촉탁을 한 뒤 부동산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그러나 석씨는 "공증촉탁을 직원에게 맡겼지 최씨에게 맡긴 것이 아니므로 공증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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