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자료실
[결정](단독) ‘동기의 착오’ 이유로 한 상속포기 취소 신고…
수리 됐어도 원칙적으로 효력 인정 안 돼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입력 : 2023-03-16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한 뒤 다시 상속포기 취소 신고를 해 받아들여졌더라도 취소사유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면 원칙적으로 상속포기 취소 신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상속포기 취소 신고 수리 심판의 성격에 관한 첫 항고심 결정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당시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강상욱·송미경 고법판사)는 지난달 15일 A 씨 등이 B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A 씨 등의 항고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C 씨는 1940년 8월 혼인해 D 씨를 자녀로 뒀는데, 배우자가 사망한 뒤 1965년 2월 B 씨와 재혼하면서 A 씨 등 자녀 2명을 두게 됐다. 2019년 9월 C 씨가 사망한 뒤 A 씨는 C 씨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법원에서 수리됐다. 그런데 2020년 12월 A 씨는 다시 자신의 상속포기에 대한 취소 신고를 했고, 2021년 5월 법원에서 해당 취소 신고가 수리됐다.
이후 A 씨 등은 상속재산분할소송을 제기했는데, 해당 사건 1심에서는 A 씨가 이전에 상속포기를 했으므로 상속인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A 씨의 공동소송참가(소송의 목적이 한쪽당사자와 제3자에 대해 합일적으로만 확정될 때 제3자가 한쪽당사자의 공동소송인으로서 참가하는 것) 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항고했다.
A 씨는 "상속을 포기하면 본인의 상속분이 어머니인 B 씨에게만 귀속돼 B 씨가 9분의 5, D 씨가 9분의 2, 또 다른 형제가 9분의 2 지분 비율로 상속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고 추후 B 씨가 자신의 몫을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해 상속을 포기했는데 실제론 자신의 상속분이 다른 형제들에게 상속분 비율대로 귀속되는 결과가 됐다"며 "상속을 포기했던 것은 다른 형제들에게는 상속세를 납부할 자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실제 다른 형제들도 상속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었고 이 같은 착오에 빠지게 된 것은 형제들의 기망이나 강박 내지 착오 유발에 기인한 것이고, 상속포기를 취소했으므로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분할심판 절차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상속포기 취소 신고 및 이를 토대로 한 가정법원의 수리 심판은 실체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른 가정법원의 상속포기 신고 수리 심판은 상속포기의 형식적 요건이 구비된 것으로 인정한다는 것일 뿐, 신고가 수리됐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가 민법 제1024조 제2항에 근거한 상속포기 취소 신고 수리의 심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봤다. 취소에 관한 수리 심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소가 실체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해선 후속 본안재판에서 다시 검토·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 씨는 자신이 상속을 포기하면 다른 형제들이 자신들에게 귀속될 상속분 중 일부를 포기하거나 B 씨에게 양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자신의 몫이 어머니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와 같은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다"며 "이를 법률행위 내용 가운데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기대한 형태의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배다른 형제인 D 씨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는데, A 씨는 D 씨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상속분의 양도와 같은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않은 채 곧바로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며 "A 씨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같은 착오를 이유로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다는 A 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이에 대해 자신은 상속세를 납부할 자력이 없었던 반면, D 씨와 다른 형제들에게는 상속세를 납부할 자력이 있다고 착오한 나머지 상속을 포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착오 역시 본질적으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해 이에 대한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상속재산분할에 대해서도 1심 결정과 마찬가지로 A 씨 등의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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