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자료실
[판결] 사인증여도 특별한 사정 없으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민법 제1108조 제1항 준용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사인증여에도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준용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언제든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근저당권 말소 소송(2017다245330)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 발생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로
철회인정 안 된다고 못 봐
대법원
원고승소 원심확정
A 씨와 내연관계에 있던 B 씨는 A 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C 씨를 출산했다. A 씨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동산과 부동산 등 자신의 자산 가운데 40%를 B 씨와 C 씨에게 넘기는 내용의 각서를 2012년 1월 작성했다. A 씨는 2013년 4월 두 번째 각서를 작성했는데, 현재 소유한 토지의 일부분 중 20억 원 정도 금액을 근저당 설정을 통해 C 씨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5월 B 씨에게 채권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줬다.
그러다 A 씨는 이를 철회하기 위한 소송을 냈다. A 씨는 "두 번째 각서의 내용은 사후 재산을 C 씨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는 유언으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에 해당하고, 유증은 효력 발생 전에 유증의사를 철회할 수 있어 2016년 4월 4일자 준비서면 송달로써 C 씨에 대한 유증을 철회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유증이 아니라 사인증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사인증여에 해당하더라도 수증자는 C 씨이므로 B 씨가 (자신에 대한) 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예비적으로 주장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1108조 제1항 유증의 철회에 관한 조항이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판단해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아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해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이 사건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사인증여의 철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사인증여의 철회가 인정된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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